로마의 중심에는 고대 로마의 일상과 종교, 그리고 신화가 살아 숨 쉬는 명소들이 밀집해 있다. 특히 판테온,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진실의 입),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세나토리오 궁전은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공간이다. 이번 2편에서는 신과 인간, 진실과 낭만이 교차하는 로마의 고대 명소들을 따라가며, 단순한 관광이 아닌 로마의 철학과 미학을 마주하는 여정을 소개한다.
판테온 – 고대 건축의 정점에서 신과 인간이 만나다

로마 중심부에 위치한 판테온(Pantheon)은 고대 로마가 이룩한 건축 기술의 극치이자, 종교적 상징성과 과학적 정밀함이 결합된 세계적인 명소다. 원래는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으로 지어졌으며, 현재는 가톨릭 교회로 사용되고 있다. 기원전 27년경 아그리파가 건축을 시작하고, 서기 125년경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다시 건축하여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추었다. 외관은 그리스식 신전 형태를 띠지만, 내부는 거대한 돔과 오큘루스(천장의 원형 개구부) 구조로 인해 독창적인 공간미를 자아낸다.
판테온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지름 43.3m의 돔이다. 이는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큰 비철근 콘크리트 돔으로, 무게 분산을 위한 정교한 구조와 비례, 천장의 5단계 카세트 패턴이 예술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다. 중앙의 오큘루스는 자연 채광을 유입시키며, 시간에 따라 빛의 위치가 바뀌는 방식으로 신성한 느낌을 부여한다. 이 구조는 고대 로마인들이 얼마나 뛰어난 과학적 지식을 갖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내부에는 르네상스 화가 라파엘로를 포함한 유명 인사들의 무덤이 있어 종교적 성지로서의 의미도 크다. 판테온은 단지 ‘신전’이라는 의미를 넘어, 인간과 우주의 질서, 신과 권력의 관계를 건축이라는 언어로 표현한 거대한 철학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로마를 방문하는 누구나 이 신비로운 공간에서 잠시 눈을 감고 고대의 숨결을 상상해보길 추천한다.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과 진실의 입 – 로마 신화와 낭만이 공존하는 장소

티베르강 근처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in Cosmedin)은 6세기에 지어진 중세 교회로, 로마 시민과 관광객들에게는 진실의 입(Bocca della Verità)이 있는 곳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성당 자체는 고대 로마의 시장터 자리에 세워졌으며, 초기 기독교의 소박한 미학을 간직한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내부에는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와 고풍스러운 종탑이 돋보이며, 여전히 미사가 이루어지는 신성한 공간이다.
하지만 이곳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진실의 입이다. 이는 입을 벌린 인간의 얼굴 형상을 한 대리석 조각으로, 입 안에 손을 넣고 거짓말을 하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로 유명하다. 이 조각상은 원래 하수구 뚜껑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고대 로마인의 유머와 상징적 감성이 담긴 예술 작품으로 진화했다.
특히 1953년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진실의 입 장면이 등장하면서, 이곳은 낭만과 전설이 어우러진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영화 속 장면처럼 연인이나 가족끼리 손을 넣고 사진을 찍는 것이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그러나 이 장소는 단순한 포토존이 아니라, 진실과 거짓, 신화와 현실이 만나는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로마의 오래된 유머 감각과 철학이 깃든 이 장소에서, 당신도 잠시 진실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 – 바람, 소원, 감성이 흐르는 로마의 심장

로마 여행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명소 중 하나는 단연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다. 바롤로미니가 설계하고 니콜라 살비가 1762년에 완공한 이 분수는 바로크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조각적 건축물로, 신화와 도시의 물의 흐름이 맞닿아 있다. 중앙에는 바다의 신 넵투누스가 전차를 타고 있고, 양옆에는 번영과 건강을 상징하는 여신상이 배치되어 있다. 분수는 아쿠아 베르고 수로의 종착점으로, 로마 시민에게 실제로 식수를 공급하던 시스템의 일부이기도 했다.
트레비 분수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단연 ‘동전 던지기’ 전통이다. 등을 돌린 채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 너머로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를 찾을 수 있다는 전설은 전 세계 관광객의 낭만을 자극한다. 실제로 매년 수억 원의 동전이 수거되어 자선단체에 기부되고 있다. 밤에는 조명 덕분에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누군가는 소원을 빌고, 누군가는 그 소원이 이루어진 것을 기념하기 위해 다시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인근에는 또 하나의 대표 명소인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이 있다. 135계단으로 이루어진 스페인 계단은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장면으로 유명하며,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아 여유를 즐긴다. 계단 위에는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이 있고, 아래에는 바로크 양식의 바르카치아 분수가 자리잡고 있다.
스페인 광장은 로마의 낭만과 자유,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역사적 유산임과 동시에 오늘날의 로마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호흡하는 일상적 장소로, 고대 로마의 정신이 어떻게 현재로 이어졌는지를 체감할 수 있는 감성적 공간이다.
진실과 신화, 낭만이 만나는 로마의 고대 일상
로마의 매력은 단지 화려한 유적이나 대형 건축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2편에서 소개한 판테온, 진실의 입,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등은 고대 로마의 일상과 종교, 신화, 감성이 현재까지도 그대로 이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각 명소는 수천 년의 시간을 품고 있으며,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유쾌한 상상력, 그리고 철학적 통찰이 깃들어 있다.
이러한 공간을 단순한 ‘관광지’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상징성과 이야기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걸어볼 때, 로마는 더 깊고 넓은 세계로 여행자를 초대한다. 다음 3편에서는 바티칸 박물관, 성 베드로 대성당, 베드로 광장 등 로마와 신성의 경계에서 만나는 또 다른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