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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의 숨은 역사, 딜쿠샤

by 경제적시간적자유 2025. 9. 12.

서울의 중심부, 종로구에는 조선과 대한제국, 일제강점기의 시간이 겹쳐진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딜쿠샤’는 3.1운동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외국인 기자 앨버트 테일러가 머물렀던 서양식 저택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근대역사의 중심지 중 하나입니다. 성곽길 중간에 자리한 딜쿠샤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역사적 공간이며 기억의 장소입니다. 이 글에서는 딜쿠샤의 역사적 의미와 탐방 포인트를 중심으로, 서울 종로의 숨은 역사를 함께 살펴봅니다.

딜쿠샤

1. 딜쿠샤 – 3.1운동을 세계에 알린 공간

딜쿠샤는 1923년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와 그의 아내 메리 테일러가 살기 위해 지은 벽돌 구조의 서양식 가옥입니다. 이 이름은 힌두어로 ‘기쁨의 궁전’을 의미하며, 당시 한국과 미국, 인도 등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던 시대적 배경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앨버트 테일러는 미국 AP통신 특파원으로, 1919년 3.1운동이 발생했을 당시 탑골공원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이를 기사로 작성하여 세계에 알렸습니다. 그는 독립선언서 배포, 민중의 시위, 일본 경찰의 무력진압 등을 상세히 보도했고, 이로 인해 일본 당국의 감시를 받다 결국 추방당했습니다. 그가 전한 조선의 현실은 세계 언론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국제 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딜쿠샤는 그의 거주지이자 이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한동안 방치되었던 이 저택은 2001년 테일러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가 한국을 찾아 보존을 요청하면서 복원 작업이 시작됐고, 현재는 시민에게 개방된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단지 외국인의 저택이 아니라, 한국 독립운동의 세계적 확산에 기여한 현장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큽니다.

2. 성곽길과 함께 걷는 딜쿠샤 역사탐방

딜쿠샤는 서울 성곽길 구간 중 ‘창의문~혜화문’ 코스의 중간 지점, 사직공원 인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지역은 조선시대 한양도성의 외곽이자, 근대기 외국인 거주지로 변화하던 시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성곽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과거 도심 방어의 흔적, 옛 서울의 지형, 그리고 자연과 도시가 만나는 풍경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딜쿠샤는 성곽과 근대 건축이 만나는 접점으로, 역사적 배경을 가진 장소들 사이에 위치해 있어 탐방 동선이 좋습니다. 딜쿠샤를 중심으로 사직단, 창의문, 윤동주 문학관 등도 함께 둘러볼 수 있으며,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힐링 코스입니다.

 

무엇보다 성곽길에서 딜쿠샤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나무와 숲이 어우러져 있어 계절별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일대는 걷기 좋은 길로 조성되어 있고, 역사적 의미가 있는 표지판들도 잘 마련되어 있어 혼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탐방이 가능합니다.

3. 딜쿠샤 내부 전시와 관람 포인트

딜쿠샤 내부는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라, 1920년대 외국인의 실제 생활 공간을 복원한 역사 교육 현장입니다. 건물 외부는 붉은 벽돌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부는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각각 거주 공간과 전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층은 당시 사용하던 가구, 식기, 타자기, 서재 등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으며, 테일러 부부의 사진과 함께 시대의 분위기를 실감 나게 전합니다. 이곳에서는 3.1운동 당시 테일러가 작성했던 기사 원고와 통신기록 등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는 언론의 힘과 외부인의 연대가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입니다.

 

2층은 영상 자료와 해설 패널을 통해 3.1운동, 일제강점기, 테일러 가족의 삶 등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설명 자료도 준비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적합합니다. 내부는 복원이 잘 되어 있어 사진 촬영 포인트로도 매력적이며, 관람 시간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 관람 정보
운영시간: 매일 09:00 ~ 18:00 (입장 마감 17:30)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입장료: 무료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2길 17 
문의: 070-4126-8853 (딜쿠샤)

 

딜쿠샤는 단순한 외국인의 주택이 아니라, 조선의 독립운동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역사적 공간입니다. 성곽길과 함께 걷고, 내부 전시까지 둘러본다면 단순한 산책 이상의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울 속 근대사의 한 장면을 직접 마주하고 싶다면, 딜쿠샤는 그 출발점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