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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주요 지역 탐방기 (두오모, 브레라, 포르타 누오바)

by 경제적시간적자유 2025. 11. 17.

이탈리아 북부의 대도시 밀라노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이 도시는 패션과 산업, 예술과 금융,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유럽의 복합 문화 중심지다. 특히 세 구역, 즉 고대 밀라노의 심장인 두오모 지역, 예술과 감성의 골목 브레라, 그리고 현대적 경제의 상징인 포르타 누오아는 밀라노라는 도시의 다면적인 매력을 대표한다. 본 글에서는 이 세 지역의 특징과 연결성, 여행자로서 직접 걸으며 느낄 수 있는 밀라노의 생생한 풍경을 안내한다.

밀라노 대성당

두오모 지역 – 밀라노의 역사와 종교, 문화가 집중된 도시의 중심부

밀라노 중심에는 이 도시의 상징, 밀라노 대성당이 위치해 있다. 오모 디 밀라노(Duomo di Milano)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고딕 성당 중 하나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조각 예술이다. 1386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무려 600년에 걸쳐 완성된 이 대성당은 건축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외관은 순백의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3천 개가 넘는 조각상과 135개의 첨탑이 위로 솟아 있는 모습은 압도적이다.

대성당 내부는 고딕 양식의 높은 천장과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어 있으며, 각 유리창에는 성경의 장면과 성인들의 이야기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지하에는 초기 기독교 유적과 고대 교회 유적이 보존되어 있어,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닌 살아 있는 역사 박물관으로도 기능한다.

두오모는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움을 주지만,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또 다른 밀라노가 펼쳐진다. 가파른 계단 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간 옥상에서는 대리석 첨탑 사이로 밀라노 시내가 펼쳐지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알프스 산맥까지 보이기도 한다.

대성당 바로 맞은편에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Galleria Vittorio Emanuele II)가 있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 아케이드로, 유리 돔과 대리석 바닥, 벽면의 화려한 모자이크가 예술작품처럼 조화를 이룬다. 명품 브랜드 매장과 고급 레스토랑, 오래된 카페들이 입점해 있어 과거 귀족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두오모 광장에서 몇 걸음 이동하면 스칼라 광장(Piazza della Scala)에 도착한다. 이곳은 밀라노 오페라의 전당인 **라 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이 있는 곳이며, 이탈리아 문화와 음악의 중심으로 여겨진다. 베르디, 푸치니, 도니체티 등의 오페라가 이곳에서 초연되었고, 지금도 유럽 전역에서 음악 애호가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방문한다.

 

광장 중심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기념비(Leonardo da Vinci Monument)가 있다. 이 조각상은 다빈치를 중앙에 두고, 그의 제자 4명을 아래쪽에 배치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밀라노가 자랑하는 창의성과 예술 정신의 상징이다. 다빈치는 밀라노 공국에서 수년간 거주하며 다양한 건축, 예술, 공학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그 유산은 오늘날까지 도시 전반에 남아 있다.

두오모 지역은 역사적 장소와 현대적 시설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며, 관광뿐 아니라 쇼핑과 식사, 문화 체험까지 가능한 밀라노 여행의 출발점이다.

브레라 지역 – 예술과 감성이 스며든 골목길 속 예술촌

두오모 북쪽, 도보 10~15분 거리에는 브레라(Brera) 지역이 펼쳐진다. 이곳은 밀라노의 예술혼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수세기 동안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의 모임 장소였고 지금도 독립 서점, 고풍스러운 갤러리, 세련된 골동품 가게, 디자이너 부티크가 늘어서 있다.

이 지역의 중심에는 브레라 미술관(Pinacoteca di Brera)이 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화가 라파엘로, 벨리니, 카라바조, 만테냐의 작품을 비롯해 나폴레옹 시기의 수많은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작품성과 역사성이 높은 컬렉션들로 밀도 있는 관람이 가능하다.

브레라 지역은 낮에는 테라스 카페에서 독서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눈에 띄고, 밤이 되면 와인바와 재즈 바에서 자연스럽게 문화와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자동차가 많지 않아 조용하며, 느린 속도로 걸으며 벽화와 골목을 감상하는 것이 브레라를 가장 잘 즐기는 방식이다.

매년 열리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는 브레라 거리가 야외 전시장으로 변하며,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젊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 예술과 트렌드가 동시에 흐르는 이곳은, 파리의 몽마르트르나 바르셀로나의 고딕 지구에 견줄만한 밀라노의 감성 구역이다.

포르타 누오아 – 밀라노의 현재와 미래가 교차하는 초현대 비즈니스 지구

포르타 누오아는 과거 공업지대였던 지역을 21세기 초 대대적으로 재개발해, 지금의 첨단 경제지구로 변모한 곳이다. 이탈리아의 대표 금융사 유니크레딧 본사가 위치한 유니크레딧 타워(Unicredit Tower)는 높이 231미터로 이탈리아 최고층 빌딩이며, 첨단 곡선 구조와 반사 유리 외벽으로 도시의 미래적 이미지를 상징한다.

그 아래의 GAE 아울렌티 광장(Piazza Gae Aulenti)은 둥근 구조의 도시 광장으로, 주변에 고층 건물과 최신식 상점, 스마트한 조명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며, 휴식과 소통을 위한 도심 속 공원 같은 역할을 한다.

또 하나 주목할 건축물은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다. ‘수직 숲’이라 불리는 이 건축물은 건물 외벽에 수백 그루의 나무와 식물이 식재된 친환경 초고층 주거 단지로, 유럽 그린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도심 속 고밀도 주거의 새로운 해법으로 평가받으며, 자연과 도시의 공존이라는 밀라노의 도시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포르타 누오아는 단순한 사무지구를 넘어서 문화 행사, 야외 전시, 도심 마켓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복합 문화 구역으로, 밀라노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도시의 정체성은 다양성 속에 있다

밀라노는 한 방향으로 정의할 수 없는 도시다. 두오모 지역은 역사, 종교, 문화가 중심이 되며, 브레라는 예술과 감성, 포르타 누오아는 경제와 미래를 대변한다. 이 세 지역은 각각 독립적인 색채를 지니면서도, 도보와 대중교통으로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탈리아의 경제 수도라는 타이틀은 단순히 산업적 기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랜 역사와 창조적 예술, 도시 설계의 미래적 접근까지 모두 포함하는 입체적 도시 구성 속에서 밀라노는 유럽의 현대적 도시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단 2박 3일의 짧은 체류라 할지라도, 이 세 지역만 제대로 둘러본다면 밀라노가 가진 본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오래된 도시와 새로운 도시가 공존하는 곳, 밀라노는 여행자가 시대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특별한 공간이다.